
실버타운을 여러 곳 다녀보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시설은 화려한 수영장이나 골프연습장이 아닙니다. 바로 매일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동식당입니다. 실버타운에서는 식사와 운동, 여가생활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실버타운이 충분하지 않아 원하는 곳에 입주하기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아파트에서도 식사 문제만큼은 실버타운처럼 편리하게 해결할 수 없을까요. 저는 프리실버타운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 나이가 들수록 밥 먹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워집니다.

젊을 때는 밥 한 끼 먹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하는 일이 조금 귀찮기는 해도 대부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일이 부담스러워지고, 오랫동안 서서 요리하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음식을 만드는 일보다 매일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이 더 귀찮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는 식사 문제가 더욱 중요합니다.
한 사람 먹자고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음식을 조금 만들자니 번거롭고, 많이 만들자니 남아서 버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식사가 점점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아침은 빵이나 과일로 해결하고, 점심은 국수 한 그릇, 저녁은 남은 반찬에 밥을 먹는 식입니다.
물론 간단하게 먹는다고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식사가 반복되면서 단백질과 채소 등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감소하기 쉽고, 활동량도 줄어듭니다.
이때 식사까지 부실해지면 체력이 떨어지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한의사로 오랫동안 어르신들을 진료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도 결국 일상생활의 기본입니다.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식사는 매일 반복해야 하는 일입니다.
운동은 하루 정도 쉬어도 되지만 밥은 매일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노후주거를 평가할 때 식사 문제를 가장 먼저 살펴봅니다.
노후에 좋은 집은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이어야 합니다.


2. 실버타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공동식당입니다.

실버타운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수영장과 헬스장, 사우나, 골프연습장, 도서관, 문화강좌 등 여러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이용하는 시설 중 하나는 공동식당입니다.
하루 세 끼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하루 한 끼나 두 끼를 기본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의무식 제도를 운영하거나 식사 횟수를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운영방식은 시설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일 식사를 직접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식단을 고민할 필요도 없고, 장을 보거나 설거지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당에 내려가면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장점입니다.
특히 부부가 함께 살다가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에는 식사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생 배우자가 식사를 준비해 주었던 분이라면 혼자 남았을 때 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실버타운의 공동식당은 이런 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줍니다.
여기에 경제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일반 아파트에서 매일 다양한 식사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면 실버타운에서는 여러 입주민이 함께 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에 식재료 구입과 조리 인력 운영에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실버타운의 식사가 저렴하거나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식사의 질과 가격, 메뉴 구성은 시설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식사를 매일 제공받는다는 조건이라면 공동식당은 충분히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공동식당의 또 다른 장점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혼자 집에서 식사하는 것과 식당에서 이웃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은 생활의 분위기가 다릅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얼굴을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식사보다 이런 만남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노후의 외로움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커지기도 합니다.
공동식당은 단순히 밥을 먹는 장소를 넘어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연결되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실버타운의 공동식당은 식사와 건강, 인간관계를 함께 챙길 수 있는 중요한 생활시설입니다.

3. 그렇다면 일반 아파트에도 공동식당을 만들면 어떨까요.

제가 프리실버타운을 제안하는 이유는 실버타운보다 저렴한 아파트를 찾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실버타운에 들어가고 싶어도 주변에 적당한 시설이 없거나, 실버타운 생활 자체를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이 일반 아파트에서도 실버타운의 장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이 공동식당입니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을 위한 식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안에 공동식당을 마련하고 전문업체가 식사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입주민들은 필요한 날에 식당을 이용하거나, 운영방식에 따라 식사를 포장해 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서비스가 앞으로 더 많은 아파트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아파트에서 하루 세 끼를 의무적으로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점심 한 끼만 운영할 수도 있고, 점심과 저녁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날에만 이용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동식당을 만드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식당을 운영하려면 조리시설과 인력이 필요하고, 식재료비와 시설 유지비도 발생합니다.
이용자가 충분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규모와 입주민 수요, 식사 가격, 운영비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기존 아파트에 공동식당을 도입하려면 적절한 공간이 있는지,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 관련 시설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시설만 만들어 놓고 운영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식당이 아니라 매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식사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저는 공동식당을 반드시 고급 아파트의 특별한 서비스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평범한 아파트에 이런 시설이 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라면 공동식당이 생활의 편리함을 크게 높여줄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공동식당은 반드시 노인들만을 위한 시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맞벌이 부부나 혼자 사는 직장인,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도 식사 서비스는 도움이 됩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이용한다면 이용 수요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밥 먹기 편한 아파트는 어르신에게만 좋은 아파트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편리한 아파트입니다.
4. 공동식당이 없다면 주변 식당을 활용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아파트에 공동식당을 설치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기존 아파트에서는 공간과 비용 문제로 공동식당을 새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프리실버타운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 주변에 있는 식당을 활용하면 됩니다.
프리실버타운의 중요한 특징은 실버타운처럼 모든 시설을 한곳에 갖출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주변 지역사회에 이미 있는 시설을 잘 활용하면 됩니다.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에서 편하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다면 공동식당의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 가까이에 한식 백반집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노인복지관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점심에는 백반집에서 식사하고, 다른 날에는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식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복지관 식당은 이용 대상과 운영방식이 다르므로 실제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끔은 친구와 외식을 하고, 집에서는 간단한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식사 방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매일 직접 밥을 차려야 하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다만 주변에 식당이 많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격입니다.
노후에는 매일 반복되는 지출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한 끼에 1만 원인 식사를 하루 두 번 이용하면 하루 2만 원이고, 한 달 30일 기준으로 60만 원입니다.
부부가 함께 이용하면 120만 원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집에서 먹는 날도 있고 외식하는 횟수도 다르겠지만, 작은 식사비도 매일 반복되면 상당한 생활비가 됩니다.
둘째는 식사의 질입니다.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밥과 국, 김치 정도만 반복해서 먹는다면 영양 균형을 맞추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단백질 식품과 채소를 적절히 섭취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는 접근성입니다.
아무리 좋은 식당이라도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한다면 나이가 들수록 이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까운 거리는 단순히 지도상의 거리가 아닙니다.
횡단보도가 많은지, 경사가 심하지 않은지, 보행로가 안전한지, 비가 오거나 추운 날에도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식당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얼마나 있느냐입니다.
물론 주변 식당을 이용하는 방식이 실버타운의 공동식당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습니다.
매일 일정한 품질의 식사를 제공받는다는 보장이 없고, 날씨가 나쁜 날에도 외출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곳에 좋은 식당이 있다면 일반 아파트에서도 식사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프리실버타운의 모습입니다.

5. 앞으로 아파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까지 아파트의 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입지와 교통, 학군, 주변 상권 등이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런 조건은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는 아파트를 평가하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학교와 어린이집이 중요합니다.
반면 은퇴한 부부나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는 병원과 공원, 식당, 복지관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식사 문제는 노후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앞으로 아파트를 소개할 때도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식당이 있는지, 없다면 주변에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또한 식당까지 걸어가는 길이 편리한지, 식사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은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공급되는 아파트에서는 공동식당과 같은 생활편의시설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모든 아파트에 똑같은 시설을 설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입주민의 연령과 생활방식, 주변 상권 등을 고려해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에 식당이 거의 없는 대규모 아파트라면 공동식당의 필요성이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변에 다양한 식당이 있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별도의 공동식당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의 불편함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실버타운의 필요성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버타운은 실버타운대로 더 많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식사와 운동, 여가생활을 한곳에서 편리하게 이용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실버타운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일반 아파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공동식당이나 주변 식당을 활용하는 프리실버타운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주거방식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버타운을 더 많이 만들고, 동시에 일반 아파트에서도 실버타운처럼 편리하게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빠의 정리
실버타운의 공동식당은 매일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고, 건강한 식사와 이웃 간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시설입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개별적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보다 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버타운이 충분하지 않고 일반 아파트 생활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공동식당이 있거나 주변 식당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프리실버타운이 필요합니다. 노후에 살 집을 알아보신다면 아파트 안에 공동식당이 있는지, 없다면 주변에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버타운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매일 건강한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다면, 그 아파트는 좋은 프리실버타운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