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버타운은 노후에 살기 좋은 주거방식입니다. 식사와 운동, 여가생활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고,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한다는 점에서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실버타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원하는 지역에 적합한 실버타운이 없거나 공동생활을 선호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아파트에서도 실버타운처럼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번에는 프리실버타운을 단순히 찾아내는 것을 넘어, 앞으로 어떤 아파트를 만들고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실버타운은 좋은 주거방식이지만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전국의 여러 실버타운을 직접 다니면서 실버타운이 가진 장점을 확인해 왔습니다.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공동식당이 있고, 운동시설과 문화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습니다.
특히 여러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일반 아파트에서 개별적으로 누리는 것보다 경제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실버타운은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할 노후주거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실버타운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가격대의 실버타운이 존재하지만 절대적인 공급량이 부족하고, 지역적으로도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습니다.
살고 싶은 지역에 실버타운이 없을 수도 있고, 적당한 가격과 원하는 생활방식을 모두 만족하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한 실버타운 생활 자체를 원하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과 동네를 떠나기 싫거나, 다양한 연령대의 이웃들과 어울려 살고 싶은 분들입니다.
아직 건강하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굳이 고령자들만 모여 사는 곳으로 옮기고 싶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실버타운 입주만을 권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노후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프리실버타운이 필요합니다.
프리실버타운은 실버타운을 대체하기 위한 경쟁상품이 아니라, 실버타운을 선택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또 하나의 노후주거 선택지를 제공하는 개념입니다.


2. 프리실버타운의 출발점은 밥 먹기 편한 아파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프리실버타운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식사입니다.
노후에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려면 우선 밥 먹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하는 일이 점점 부담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한 사람을 위해 매일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공동식당입니다.
실버타운의 공동식당처럼 아파트 주민들이 편리하게 식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아파트에서 하루 세 끼를 의무적으로 제공할 필요는 없습니다.
점심 한 끼만 운영할 수도 있고, 점심과 저녁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날에만 이용하도록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일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공동식당은 식사 문제만 해결하는 시설도 아닙니다.
이웃을 만나는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 식당에 내려와 밥을 먹고, 옆자리에 앉은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에 변화가 생깁니다.
물론 공동식당이 있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아파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식사의 질이 좋아야 하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식당을 멋지게 만들어 놓았지만 이용자가 적어 운영을 중단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규모와 입주민 수요, 식사 가격, 운영 인력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공동식당이 고급 아파트의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아파트에서도 검토할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노인들만을 위한 시설일 필요도 없습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도 식사 서비스는 도움이 됩니다.
밥 먹기 편한 아파트는 어르신에게만 좋은 아파트가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편리한 아파트입니다.

3. 앞으로의 아파트는 나이가 들어도 살기 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프리실버타운의 두 번째 발전 방향은 고령자 친화적인 주거설계입니다.
지금까지 아파트는 주로 젊은 부부와 자녀가 있는 가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학교와 학원, 어린이집이 중요했고, 넓은 주차장과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주요 경쟁력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시설은 앞으로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초고령사회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아파트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출입구와 복도, 엘리베이터는 이동이 편리해야 합니다.
단차가 적고, 미끄러지기 쉬운 바닥을 피하며, 필요한 곳에는 안전손잡이를 설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욕실도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 작은 문턱이나 미끄러운 바닥이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안전한 욕실 구조를 만들거나, 나중에 손쉽게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 안에서 휠체어나 보행보조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모든 아파트를 요양시설처럼 만들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건강할 때는 일반적인 주택처럼 편리하게 사용하면서, 나이가 들어 신체기능이 달라져도 큰 불편 없이 계속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계는 고령자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임산부, 일시적으로 다친 사람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아파트 단지 밖의 환경도 중요합니다.
산책로는 평탄하고 안전해야 하며, 중간중간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으면 좋습니다.
병원과 식당, 공원, 대중교통으로 연결되는 보행환경도 편리해야 합니다.
저는 좋은 프리실버타운이라면 지금 건강한 사람에게만 편리한 집이 아니라, 10년이나 20년 뒤에도 계속 살 수 있는 집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후주거의 중요한 목표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익숙한 집과 동네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4. 고령자만 모여 사는 아파트보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아파트도 좋습니다.

프리실버타운의 또 다른 장점은 반드시 고령자 전용 주택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버타운은 주로 일정 연령 이상의 어르신들이 입주하는 시설입니다.
반면 일반 아파트에는 어린아이부터 청년, 중장년층,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아갑니다.
저는 이런 환경도 노후생활에 중요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젊은 세대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녀와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반드시 한집에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나 가까운 생활권에서 각자의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자녀들은 가까운 곳에서 안부를 살필 수 있습니다.
이런 주거방식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녀와 가까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돌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에게 지나친 돌봄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돌봄서비스와 의료서비스도 함께 연결되어야 합니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아파트에 공동식당과 운동시설, 편리한 보행환경까지 갖춰진다면 어떨까요.
어르신들은 실버타운의 장점을 누리면서도 일반적인 지역사회 생활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 역시 이런 생활편의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대 간 생활방식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공동시설의 운영규칙과 이용방법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고령자만을 위한 주거시설을 늘리는 것과 함께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아파트도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 프리실버타운이 확산되려면 기업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프리실버타운이 될 만한 일반 아파트를 찾아보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처음부터 노후생활에 적합한 아파트를 계획하고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회사와 주택 운영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공동식당과 고령자 친화적인 설계, 운동시설과 커뮤니티 공간 등을 갖춘 아파트를 새로운 주거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시설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지가 아닙니다.
실제로 입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입니다.
특히 공동식당은 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입주민의 수요와 이용요금, 운영비를 고려한 현실적인 사업모델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있습니다.
고령자 친화적인 주택설계를 장려하고, 지역의 노인복지관과 의료시설, 공공체육시설 등을 주거지역과 잘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공공임대주택에서도 이러한 방향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고령자가 많이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에 공동식당이나 생활지원시설을 도입하고, 지역 복지시설과 연계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고령자 친화적인 설계나 공동식당을 도입하는 주택사업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정책은 비용과 효과를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공동식당을 설치하는 데 공공재원을 지원하더라도 실제 이용자가 적거나 운영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좋은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역의 고령인구와 생활시설, 주거 수요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합니다.
프리실버타운이 발전한다고 해서 실버타운 공급을 줄여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두 가지가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실버타운은 식사와 생활편의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프리실버타운은 일반 아파트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분들에게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건강상태가 달라져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케어실버타운이나 재가돌봄서비스, 요양시설 등과 연결되는 체계도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노후주거 정책은 어느 한 가지 주거방식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상태와 경제력, 생활방식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빠의 정리
저는 실버타운이 앞으로 더욱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사람이 실버타운에 들어갈 수 있거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일반 아파트에서도 실버타운의 장점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공동식당과 고령자 친화적인 설계, 편리한 지역사회 시설을 갖춘 프리실버타운이 필요합니다. 건설회사는 새로운 주거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도와 지역사회 기반시설을 통해 이를 지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싼 고급 아파트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경제적 여건의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노후주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실버타운이 더 많아져야 하고,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일반 아파트도 실버타운 못지않게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프리실버타운의 미래입니다.



